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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1.02 버거킹에서 로봇세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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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진 2018. 11. 2. 22:52

버거킹에 갔다. 

햄버거세트 3개를 주문해야했는데, 신상품이 출시됐고 제품의 세트구성이 여러개 였으며 자동 주문 터치스크린에는 상품 사진만 있고 설명이 없었다.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데다 기계한테 물어볼 수 없어서 망설이다 주문을 못하고 옆으로 나왔다. 편리하다는 자동 주문기계는 매우 불친절해서 신상품이 어떤 제품인지, 세트메뉴 구성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설명해주지 않았고 나는 마치 석기시대 사람마냥 당황했다. 카운터 직원들은 기계가 쏟아내는 명령을 처리하기 바빠서 붙잡고 물어보기 어려웠다. 이 터치스크린은 세대나 있었는데 사람이 직접 주문 받는것보다 느려서 손님들이 줄을 길게 서있다. 게다가 그 중 한대는 고장나서 두대만 사용할 수 있었다. 사람에게 주문할 때는 필요한 것을 말하면 됐는데, 터치스크린으로 주문하려니 메뉴의 카테고리와 반복적으로 물어보는 사이드메뉴 등을 여러번 눌러줘야 했다.


가끔 맥도날드에서도 똑같은 기계로 커피 한잔을 주문하는데 꽤나 손이 많이가고 오래걸린다. 기계앞에서 결제는 카드로만 가능하고 현금으로 하려면 카운터에서 해야한다. 그런데 막상 카운터로 가면 음식을 만드느라 바빠서 주문받는 직원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편리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불편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게 4차산업혁명의 현실인가.


점주나 업체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임엔 틀림없지만, 일자리가 줄고 손님에게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만약 고급 식당이라면 어땠을까? 저렴한 매장은 점점 기계화되는 반면, 비싼 곳에서는 기계가 손님을 상대하지 않을 듯하다. 빈부격차는 점점 심해질거고 사람을 만나고 인간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격차도 더욱 벌어질것 같다. 일자리는 기계가 차지하고, 소득격차는 더 벌어지며, 빈곤한 나는 사람이 아닌 기계가 상대하게 될거다. 멀리 있는 줄 알았던 로봇세와 기본소득 보장의 필요성을 일상에서 체감하는 순간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극히 소수의 엘리트에게 부가 집중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들과 인공지능에게 지배당할 것이라 예측한 유투브영상도 생각난다.


오늘 저녁을 이렇게 산 버거킹 햄버거로 대신했는데, 그 이유도 기계에 있다. 집에 있는 샤오미 로봇 청소기가 고장난 프린터를 건드려 잉크가 샜고 거실 마루가 검은 잉크로 난장판이 되었다. 성실한 청소기는 내가 없는 사이, 바퀴에 잉크를 묻힌 채로 온 집안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잉크를 닦다가 진이 빠졌고 아세톤을 사러나온 김에 저녁도 해결하러 간거였다.


로봇 청소기는 내 일자리를 뺏진 않았지만, 사람과 달리 본연의 업무인 먼지청소에만 충실해서 쏟아진 잉크조차 닦을 줄 모른다. 버거킹 터치 스크린은 빠르지도 못하고, 필요한 것을 물어볼 수도 없으며, 고장도 잘난다. 알파고 따위의 인공지능도 아니고 이렇게나 멍청한 기계때문에 간단한 햄버거주문에도 당황하고, 일자리를 빼앗긴다니 마음이 불편하다. 혹시 어디엔가 있을지 모르는 '울트론'의 음모는 아닐까? '러다이트 운동'을 해야하는 건 아닐까?


#4차산업혁명 #울트론의음모 #멍청한로봇 #지금당장_로봇세 #러다이트운동 #기계보다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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