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5. 22:36
종종 비겁한 언어를 쓴다. 어제 아이들을 만나 놀게하자는 지인의 톡에 간식이야기에 대한 답만 했고, 오늘 운전중이라 도착 후 이야기하겠다는 지인의 톡에는 ^^ 로 답했다. 무려 5학년인 우리집 만능사냥꾼이 엄마가 엮어주는, 자기는 일면식도 없는 아이와 따로 만나 놀지 않을 것 같지만 상대에게 말하지 못하고 회피했다. 나는 아무 권한이 없는 후원단체와 함께 일하고 있는 것을 설명하고자 하는 지인의 톡에는 나는 그냥 후원회원이라 그닥 관심없어요 하는 속마음을 ^^ 로 대체했다. 말이 길어질거 같아서 혹은 상대가 기분나쁠까봐, 혹은 내가 지는거 같아서 속을 드러내지 않는 비겁한 언어로 답하고는 대화를 끝낸다.
심지어 어제 아이와의 큰 다툼 이후 아이의 불안감을 달래줘야 하지만 엄마의 권위, 위신이 떨어질까 달래지 않고 있다.
언어는 권력임이 실감난다. 관계의 기초이고 관계의 깊이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