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별진 2018. 7. 1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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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애슬론 체형. 우리는 초가을 일요일의 소박한 레이스를 끝내고 각자의 집으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다음 레이스를 대비해 각자의 장소에서 이제까지와 같이 묵묵히 연습을 계속해간다. 그런 인생을 옆에서 바라보면 별다른 의미도 없는 더 없이 무익한 것으로서, 또는 매우 효율이 좋지 않은 것으로서 비쳐진다고 해도, 또한 어쩔수 없는 일이 아닌가 하고 나는 생각한다. 가령 그것이 실제로 바닥에 작은 구멍이 뚫린 낡은 냄비에 물을 붓는 것과 같은 허망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적어도 노력을 했다는 사실은 남는다. 효능이 있든 없든, 멋이 있든 없든, 결국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대부분의 경우, 눈에는 보이지 않는(그러나 마음으로는 느낄 수 있는) 어떤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때때로 효율이 나쁜 행위를 통해서만이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공허한 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어리석은 행위는 아닐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실감으로써, 그리고 경험칙으로써.

*하루키의 말이 편안하다. 작가의 삶의 태도인 것이다. 효율이 없어도 얻는 것이 없어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어쩔수 없다는 것은 단념이나 체념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그저 사는 것. 그 안에서 노력이란 것을 해보는 것. 거기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얻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괜찮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