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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2.06 느슨한 공동체 1
  2. 2018.02.02 나에게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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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진 2018. 2. 6. 16:45
나는 3년 전에 이사를 했다. 6년전에는 직장을 그만두었고, 13년 전에는 결혼을 했다. 
결혼으로 내가 속해있던 여러 공동체를 떠났다. 가족을 떠났고 자취방에서 신혼집으로 이사를 했다. 어릴 때부터 살던 동네를 떠나서 내 생에 가장 먼 곳으로 주거지를 옮겼다. 자연스레 친구들과도 멀어졌다. 회사를 그만두고는 소속감을 잃었다. 

이사를 하기 전에는 동네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골목을 오가며 일상을 공유했다. 굳이 모임이라 할 것도 없이 자연스레 모였고 서로 연락하며 지냈다. 우리는 목적없이 만나서 한참 수다를 떨고 나서야 헤어졌다. 크고 작은 갈등도 있었고 관계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주택가에 살다가 아파트 촌으로 이사를 했다. 이곳은 시장도 골목도 없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지만 각자의 영역은 훨씬 명확하다. 성능좋은 방화문, 방화벽으로 구분되어 있어서 애써 나서지 않으면 주변을 알기 어렵다. 아이는 학교에 속해있고 남편은 직장에 있었지만 나는 집 밖에 없었다. 우리는  밥을 먹고 나면 각자의 관심사에 몰두한다. 운명 공동체이지만 서로 목표가 다르고 공감대도 다르다. 

나는 다른 공동체를 찾아 나섰다. 소극적인 성격인데 꽤나 용감하게 그리고 열심히 나섰다. 혼자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에 오게 되었고, 지역모임도 하게 되었다. 혼자 '정토 불교대학'에 등록했고 지역 법당에 매주 다니기 시작했다. 누군가 권하거나 함께 하지 않는데, 홀로 참여한다는 것이 나에겐 처음 있는 일들이었다. 드디어는 독서모임도 하게 되었다. 

 지금 내가 속한 모임들은 한달에 두번 혹은 매주 만나는데, 꽤나 자주 만난다. 만나서 정해놓은 시간을 함께하고 나면 각자의 일상으로 흩어진다. 서로에 대해서 개인적인 궁금증은 자제하고 목적에 맞는 이야기들을 나누려 애쓴다.  우리는 끈적한 관계는 피하고 서로를 드러내지 않은 채 예의를 지킨다. 간결하고 편리하지만 어쩐지 쓸쓸하다.

가끔 나는 일상을 페친들과 공유한다. 가장 편리한 공동체다. 나의 일상에 비난하거나 조언하지 않고 그냥 '좋아요'를 눌러준다. 페친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느슨한 공동체. 불편한 거리감이 있지만 그 불편함이 편안한 사이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이제는 그 편안함이 쓸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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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진 2018. 2. 2. 23:48
지금도 나에겐 유머가 필요하다.
그리고 작은 공동체도 필요하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외롭다.
내가 판 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