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버리는것을 잘 못한다. 
물건도 마음도 버리지 못해 집착이 많다. 집안 정리를 하면서 몇가지 물건을 '중고나라' 네이버 까페에서 무료나눔을 했었다. 10년도 더 된 믹서기, 아이 어릴때 쓰던 블럭 장난감, 6년쯤 된 보온압력밥솥, 최근에는 프린터가 고장나 못쓰게 된 무한리필 잉크를 나누었다. 기능엔 이상이 없어서 버리긴 아까웠지만 바꾸고 싶은 물건들, 오래 되었지만 정말 아이가 잘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 자취생에겐 유용할 듯한 보온압력밥솥, 버리면 환경오염이지만 나누면 쓸모있을 잉크였다. 
 나는 대학3학년부터 자취를 했다. 원래 성질이 그러했겠지만, 자취하면서 버리고 사는걸 더 잘 못했던 것 같다. 자취생에겐 믹서기도, 보온압력밥솥도 새로 사면 사치일 것만 같은 마음을 알 수 있다. 젊은 여학생이 지하철을 타고 캐리어를 끌고 밥솥을 가지러 왔고, 애기 엄마가 그 큰 장난감통을 혼자 들고 가셨다. 그 외에도 몇가지가 있었는데 모두 우유나 쥬스, 과자 등등 소소한 간식거리를 까만 봉투에 주고 가셨다. 택배로 보낸 물건들에 대해서는 참 고맙다며 꼭 문자인사가 왔다. 받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고, 그저 버리지 못하는 내 성질대로 나누었으나, 그들이 건네준 까만 봉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무주상보시'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로 돌아온다'
주었으나 준 것은 없고, 오히려 받은 것만 남았다. 

오늘도 누군가에게 선물받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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